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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타데우스 로팍 서울 <미구엘 바르셀로 그리자유: 빛의 연회장>

by 포지티브먼데이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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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구엘 바르셀로 그리자유 전시

 

 

<그리자유: 빛의 연회장> 전시 소개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3월 9일부터 4월 15일까지 현대미술작가인 미구엘 바르셀로의 개인전 <그리자유: 빛의 연회장>을 개최합니다. 해양생물과 꽃, 그리고 뼈가 되어버린 생물들로 구성된 '연회' 회화들은 작가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대형 정물화 연작으로, 중세 화가들이 사용했었던 기법인 그리자유(grisaille)로부터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그리자유는 단색조의 색을 사용하여 그 명암과 농담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법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바르셀로는 단색조의 색채 위에 얇은 색조의 층위를 켜켜이 더함으로써 반투명한 화면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그리자유 회화 전통에 경의를 표합니다. 본 전시는 일련의 연회 회화와 더불어 해양생물, 그리고 힘을 상징하는 황소 회화까지 아울러 선보이며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합니다. 

 

스페인의 저명한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미구엘 바르셀로에게 회화란 자신을 세상과 결부시키는 본능적인 방식이자 수단입니다. 작가는 1980년대부터 정물화를 다루기 시작했는데, 이는 그로 하여금 자신을 둘러싼 자연 속 대상과 시각적 요소들 특히, 그의 고향인 지중해 마요르카 섬 근처에 있는 해양 생물을 보다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가의 작업은 미술사에 관한 깊은 지식에 근거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연작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와 스페인 정물화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정물화라는 회화적 장르에 근간을 두면서도 바다와 자양물, 그리고 싦의 순환과 작가와의 관계성에 그 초점을 맞춤으로써 새로운 해석을 제시합니다. 회화적 전통을 따르는 작가는 실물 크기의 테이블로 화면을 가로질러 구획하고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객을 연회장으로 초대합니다. 이 별난 연회에 초대된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그의 삶과 풍요로움에 대해 반추하게 됩니다. 

 

바르셀로는 전통적인 그리자유 기법을 계승하되 단색조 배경에 반투명 유색 층위를 덧칠함으로써 자신만의 고유한 화풍을 구축했습니다. 이렇듯 옅고 느슨히 표현된 정물화는 캔버스 표면 위 자리한 빨간색, 분홍색, 파란색, 노란색의 얇은 아크릴과 잉크 레이어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작가 특유의 유려한 필치로 그려진 요소들은 자연과의 상호연결성을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무너질 듯한 환경에서도 모든 생명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구조적 역할을 한다는 지점에서 상호의존성을 환기하기도 합니다. 작품 내 대상들은 꿈과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하며, 마치 이들 중 하나라도 떨어지면 떠내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듯 보입니다. 

 

연회 회화에는 뱀장어나 문어, 새우, 성게 등 작가가 거주하는 섬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해양 생물이 등장합니다. 각 작품에서 쏟아져 나오는 얽히고 설킨 생명체 등은 풍요의 희소성에 대한, 그리고 자연과의 깊은 연결성이 지니는 가치에 대한 작가의 언급이자 역설입니다. 환경 운동가이자 지지자인 바르셀로는 관람객에게 테이블에서 무심코 만나는 보물들에 눈을 돌리고 또 그들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를 장려합니다. 

 

바르셀로는 그림 그리는 행위를 캔버스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에 비유합니다. 이러한 생명은 그리자유 회화의 섬세한 물질성과 함께 스며듭니다. 그가 묘사하듯 '먼지 나고 지글지글거리는' 목탄은 캔버스 위에 얹힌 선명한 안료들과 한 데 섞이며 어우러지기도 하고, 하얀 바탕의 바다 거품이나 이끼가 연상되는 두터운 질감으로 쌓이기도 합니다. 존재는 부재와 균형을 이루고, 유색은 흑백과, 조화로움은 불안정성과, 풍요는 결핍과, 그리고 삶은 죽음과 그 균형을 맞춥니다. 본 전시는 현대 사회에 가장 시급한 질문 중 하나인 쇠퇴와 회복에 관해 고찰해 보기를 권유하며, 작가가 상정한 정지된 장으로 관람객들을 안내합니다. 

 

 

미구엘 바르셀로 작가

1957년 스페인 마요르카의 펠라니치에서 태어난 바르셀로는 현재 파리와 마요르카를 기반으로 활동 중입니다. 1974년 팔마 데 마요르카의 미술학교 입학 후, 바르셀로나의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습니다. 마요르카 출신의 작가 미구엘 바르셀로는 표현적인 회화와 청동 조각, 그리고 도자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예술적 유목민인 작가는 자연계에 특히 매료되었고, 이는 1940년대와 50년대에 걸쳐 유럽에서 발전된 앵포르멜 미술의 거친 물질성을 연상시키는 풍부한 질감의 캔버스에서 잘 나타납니다. 비전통적인 예술 매체를 꾸준히 실험해 온 작가는 화산재와 음식물, 해조류, 퇴적물, 직접 만든 안료 등을 적극 활용해 왔으며, 그의 주요 동력이 되는 강렬한 에너지의 흔적을 작품 내에서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스페인과의 뿌리 깊은 인연을 근간으로,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며 영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1980년대에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며 앤디 워홀과 가깝게 지내며 깊은 교류를 나눈 바 있습니다. 또한 1990년대 초에는 서아프리카 말리에 스튜디오를 마련하였는데, 당시 도곤족의 도기 제작 방식을 전수받게 된 것을 계기로 점토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르셀로는 선사 미술부터 동시대 미술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미술사를 토대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회화의 전통을 기반으로 표현의 기술적 경계를 확장해 온 작가는 프란시스코 고야 및 파블로 피카소를 포함한 위대한 선대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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