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이 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알려진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WE>를 개최합니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 회고전 이래 최대 규모인 이번 전시는 카텔란의 미술계 등단 시기인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소개된 작품 38점으로 구성됩니다. 2023년 1월 31일부터 7월 16일까지 열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 <WE>는 오픈하자마자 흥행 중입니다.
카텔란의 작품들은 보기에 단순하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극사실적 조각과 회화가 주를 이루며, 대부분 미술사를 슬쩍 도용하거나 익숙한 대중적 요소를 교묘히 이용합니다. 익살스럽고 냉소적인 일화로 포장된 그의 작품은 무례하고 뻔뻔한 태도로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고 우리 인식의 근간을 순식간에 뒤엎어버립니다. 카텔란은 도덕적 합리성이나 계몽적 이상을 설파하는 예술가 역할을 거부합니다. 그는 사기꾼, 협잡꾼, 악동이라 불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릿광대를 자처하고 스스로를 희화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우리 삶의 폐부를 찌르는 예리한 현실 비평가이기도 합니다. 전시장 도처에서 우리를 응시하는 수많은 카텔란은 침입자, 경찰, 사제, 범죄자, 예술가, 소년을 능숙하게 연기하며 비관적이고 우울하며 냉소적인 카텔란판 인간희극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리고 이 도발적인 익살꾼은 채플린적 희극 장치를 적재적소에서 작동시키며 잔인한 삶에 대한 애잔한 공감을 끌어냅니다.
이번 전시 제목 <WE>는 카텔란의 작품 제목을 차용한 것이기는 하나 그 작품에 대한 직접적 참조보다는 확장된 의미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어떻게 우리가 되는가,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카텔란 작업에서 억압, 불안, 권위, 종교, 사랑, 나와 가족,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란 무엇인가에 관한 '생각'은 토론을 활성화하고 모종의 연대를 가능하게 합니다. 운석에 맞아 쓰러진 교황 <아홉 번째 시간>은 특정 종교를 넘어 지역적 맥락에서 권위와 억압에 대한 톨론을 주선하고, 시신을 연상캐 하는 아홉 개의 카랄라 대리석 조각 <모두>는 최근 우리에게 일어난 참사를 소환하고 추모하며 우리의 현실과 공감합니다.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
이탈리아의 조각가, 행위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위틍와 역설적 유머로 종교, 정치, 사회, 미술계까지 기성 체제를 풍자하는 재능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부조리 희극에 가까운 미술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1960년 이탈리아 파도바 출생으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트럭 운전사였던 아버지와 청소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카텔란은 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요리사, 정원사, 간호사, 시체닦이 등의 직업에 종사하던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결국 예술가가 되었는데 전통 미술학교 교육은 받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예술가'라는 직업이 갖고 싶었던 그는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전통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카텔란의 작품세계는 오히려 자유분방하고 선입견이 없이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코미디언>이란 작품인 벽에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는 2019년 당시 아트페어에서 12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그는 이를 통해 무엇이 작품이고 작품이 아닌지, 열광하는 관객들은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오히려 묻고 있습니다.
카텔란은 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치른 후 은퇴를 선언하고 잠시 미술계를 떠나 있었습니다. 회고전 때는 그가 작업한 거의 모든 작품을 모아 미술관의 거대한 원형 홀에 매다는 설치를 했습니다.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해 스타 작가가 된 그는 가끔 인터뷰에서 '침입자 콤플렉스'에 시달린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언제 미술계에서 내쫓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그는 누가 쫓아내기 전에 먼저 퇴장할 준비가 돼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16년 카텔란은 번쩍거리는 황금 변기와 함께 화려하게 귀환했습니다. 뒤샹의 '샘'에 반향 하는 작업인 작품명 '아메리카'는 18K 골드로 만든 조각입니다. 실제 구겐하임 미술관 화장실에 설치되었고 굉장히 사치스러운 제품을 일반 대중이 향유하도록 공개하고, 누구든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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